[2015 04 07 레이먼드 카퍼] 레이먼드 카퍼 - 당신은 그럼에도 이 삶에서 얻고자 하는 것을 얻었나요? (버드맨 인트로)
영화 <버드맨> 2014. 인트로 부분.
당신은 그럼에도 이 삶에서 얻고자 하는 것을 얻었나요?
예.
그게 무엇이었나요?
내가 지구상에서 사랑받는 존재라고 느끼는 겁니다.
(레이먼드 카버의 ‘레이트 프래그먼트’중)
And did you get what you wanted from this life, even so?
I did
And What did you want?
To call myself beloved, to feel myself beloved on the earth.
(Raymond Carver, Late Fragment)
그렇다.
사람들은 이 세상을 살면서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고 싶어한다.
하지만 현실은 많은 순간‘버림받았음’을 더 느끼고 살아간다.
‘레이먼드 카퍼 문장의 매력’ 누군가 이렇게 썼다.
“화장실이 어디라고 했소?”
“저쪽으로 가서 우측으로 돌면 있어요.”
몸을 숙이며 그는 카메라 끈을 벗었다. 카메라를 소파에 내려놓고는 재킷 매무새를 폈다.
“화장실 갔다올 동안 한번 보고 계시오.”
나는 사진을 받아들었다.
사진을 보니 작은 사각형의 잔디와 드라이브웨이, 간이 차고, 앞계단, 베란다, 그리고 내가 밖을 내다보던 창문이 있었다.
내가 왜 이 불행한 광경이 담긴 사진을 사겠는가?
그러고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내 머리가 보였다. 부엌 창문 안에 내 머리가 있었다.
그렇게 찍힌 내 모습을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걸 보면 사람은 생각을 하게 된다.
- 레이먼드 카퍼 단편 <뷰파인더> 중
여기서 카버는 주인공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만 썼다. 그러나 이 퉁명스럽고 짤막한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읽는 사람은 '생각을 하게 된다.’
자기 집과 자신이 찍힌 사진을 보는 순간 묘한 상념에 빠진 주인공의
처지 그 자체가 되어 체험을 하는 것이다.
김영진 평론가는 그가 좋아하는 헤밍웨이의 문장을 논하며 이렇게 썼다.
“깨끗한 문장의 매력은 그런 것이다.
그 순간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이다.”
그걸 어설프게 따라하여 나도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카버의 문장의 매력은 그런 것이다.
그 순간 마음이 묘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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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 이미지 : http://www.dgugspress.com/news/photo/201205/893_406_4949.jpg
<뷰파인더> 및 관련 글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