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4 08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후예]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후예’ 홍준표·남경필의 성적 매력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후예홍준표·남경필의 성적 매력은

등록 :2015-04-08 11:28수정 :2015-04-08 16:29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013423일 경남도청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창원/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직립보행은 아이와 여성에게 먹이를 가져다주기위한 성적 선택
무상급식판 껴안은 남경필의 손, 빨간 넥타이 맨 홍준표의 두뇌
솥단지 시위 벌이는 학부모 유권자들에게 누가 매력적으로 비칠까

인류의 머나먼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족보를 50만년 가까이 끌어올려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네이처> 최신호에 실렸다.

미국 퍼듀대 대릴 그레인저 교수 연구팀은 “1994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터크폰테인 동굴에서 발견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리틀 풋(Little Foot·작은 발)’의 화석이 367만년 전의 것으로 확인돼, 지금까지 발견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나타났다1일 밝혔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조상 여성으로 알려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일명 루시)320만년 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니 그 시기가 약 50만년 앞당겨진 것이다. 특히 리틀 풋은 루시보다 더 먼저 존재했지만, 발 모양은 루시보다 더 인류에 가깝다고 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건 머리가 아닌 다리


발이 중요한 건 인류가 침팬지 등 다른 유인원으로부터 나눠지는 첫 특징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인류의 특징으로 뛰어난 두뇌를 꼽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최초의 특징은 머리가 아니라 다리다. ‘인간다움이 머리 끝이 아닌 발끝에서 시작된 것이다. 인간의 두뇌는 인류가 직립보행을 하고 나서 적어도 100만년은 흐른 뒤인 250만년 전쯤부터 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인류는 직립보행을 하게 됐을까? 크게 두가지 학설로 나눌 수 있다. 발 자체의 효용성을 중시하느냐 아니면 손이 자유로워졌음을 강조하느냐에 차이가 있다.

발을 중요하게 여기는 첫 번째 학설은 700~800만년 전에 시작된 지각 변동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동아프리카의 땅이 물집처럼 부풀어 올라 평균 고도 270m의 산지(Great Rift Valley)가 형성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지역의 기후는 건조하게 바뀌어 빽빽하던 숲은 듬성듬성 사라지고 사바나 지역으로 바뀐다. 그 결과 먹이를 얻기 위해서는 더 넓은 지역을 돌아다녀야만 했고 네 발로 움직이는 것보다는 두 발로 걷는 게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논리이다. 두 다리를 중시하는 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상상력을 발휘하는 가설도 있다. 사바나 지역을 길게 휘감아 도는 강과 그 일대의 수림을 보며 착안한 것인데, 나무에 살던 인류의 조상이 먹을 것을 찾아 강가로 나섰을 것으로 본다. 숲 근처의 강가는 척박해진 시대에 양식을 얻기 위해 매우 중요한 곳이다. 인류의 조상들은 강가에서 조개, 달팽이를 줍고 물고기를 잡으며 동물성 단백질을 얻었을 것이다. 더 많은 먹이를 구하려면 물 속 깊이 들어가야 하고, 더 오래 물 속에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발로 서는 게 저항이 적기 때문에 직립보행이 유리해졌다는 학설이다.(헤넹 엥겔른 <인간 우리는 누구인가?>)

손을 중시하는 두 번째 학설은 오웬 러브조이가 1981<사이언스>에 실은 논문에서 주장했다. 그 주장에 따르면 두 발 보행은 손을 사용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이 새로운 능력은 암컷에게 먹을 것을 더 많이 공급해주어 번식률을 높일 수 있었다.

유인원들은 원래 번식력이 약해서 출산 터울이 긴데 대략 4년에 한번꼴로 잉태하게 된다고 한다. 수태한 여성은 활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남성들이 여성들을 위해 에너지 공급을 담당했다고 한다. 즉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식량을 공급해주면 그 여성은 어머니로서 더 많은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고 더 많은 자식을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한 여성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한 남성은 자연으로부터 먹거리를 채취한 뒤 이를 옮기기 위해서는 두 손과 팔이 자유로워야 했기 때문에 직립보행이 필요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리처드 리키;오리진)

러브조이의 관점은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비판도 적잖았다. 러브조이는 이런 남녀관계가 일부일처제를 형성한다고 주장했는데, 일부일처제는 원시적인 사회에서는 흔하지 않고 현재 원시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인종들에게도 약 20% 정도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초기 인간 종은 수컷이 암컷보다 몸이 약 2배나 컸다. 몸 크기의 현저한 차이는 일부다처제와 관련이 있고 동종이형은 일부일처제의 동물에서는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러브조이의 관점이 정치적으로 남녀 성차별로 비친 게 거부감을 낳은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기자는 러브조이의 관점이 훨씬 설득력이 있어보인다. 그 이유는 네발동물에서 두발동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뼈와 근육이 완전히 재구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엄청난 해부학적 변화가 일어나기까지에는 격렬한 진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시간도 오래 걸렸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지난한 과정은 우연한 자연 선택이라기 보다는 훨씬 더 강력한 진화의 동력인 성 선택에 의해 추진되지 않았을까 싶다. 다윈은 생물학에서 두가지 강력한 이론을 선사했다. 자연선택과 성선택인데 전자가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면 후자는 번식을 위한 것으로 둘은 서로 독특하게 구별된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상상을 해보라. 식량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아프리카 밀림에서 어느 수컷이 숲속 덤불 속을 어슬렁거리다가 떨어진 과일이나 죽은 짐승의 고기를 주워서 혼자만 먹지 않고 품 안에 가득히 들고온다면 암컷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이겠는가. 그 수컷이 설사 키가 작고 털 빛깔이 우중충하더라도 암컷들의 인기를 독차지할 것이다. 암컷들은 짝짓기 상대를 고를 때 당장 먹을 것을 가져다주지 않더라도 허리가 곧고 두 손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수컷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이런 수컷은 점점 더 많은 자식을 얻을 것이고 그 자손들은 아버지의 꼿꼿한 허리와 튼튼한 두 발을 유전적으로 물려받을 것이다.

두 발로 걷는다는 건 큰 대가를 필요로 한다. 허리와 무릎, 엉덩이 관절은 끊임없이 몸 전체의 무게를 지탱해야 한다. 심장이 중력의 법칙을 어기고 머리끝까지 피를 보내려면 남들보다 훨씬 튼튼해야 한다. 그러니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도 두 발로 걸을 수 있다는 건 그 수컷이 신체적으로도 대단히 강건함을 입증하는 징표로 작용할 것이다. 마치 수컷 공작이 아무런 쓸모도 없이 거추장스러운 깃털을 달고서 암컷에게 나를 봐. 나는 이렇게 멋을 내고서도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라며 과시하는 것처럼 말이다. 직립보행은 이처럼 암컷에게 구애를 하기 위한 성적 장식일지도 모른다.


힘없는 무리를 보호하는 미덕이 정치적 자산


게다가 두 손으로 음식을 한아름 들고 오는 수컷은 무리들 사이에서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지위는 힘으로만 뺏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굶주리고 있는 동료들의 배를 채워주면서 존경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암컷들과 짝짓기 할 기회를 얻게 된다. 우리 조상들이 이런 도덕적 리더십을 통해 높은 지위를 얻었다는 것은 도덕적 리더십이 사회적으로나 성적으로나 매우 중요한 정치적 자산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직립보행은 우리 인간 사회의 고유한 특성을 형성해온 뿌리 깊은 저력이다. 때로는 잔혹한 생존경쟁의 논리가 판을 치지만 그래도 어린 새끼들에게 먹이를 가져다 주고 힘없는 무리를 보호해주는 미덕이 인류 사회를 지탱해온 힘인 것이다. 수백만년이 흐른 뒤의 현대 정치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상급식은 이미 국민적 합의 끝나”(7일치 <한겨레> 인터뷰)라고 말한 남경필 경기지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유구한 전통에 충실한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홍준표 경남지사는 인류를 형성해온 특성에서 빗나갔다. 대권을 꿈꾸는 홍 지사는 자신의 인상을 선명하게 하기 위해 눈썹을 문신하고 빨간 넥타이를 많이 매고 다닌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을 해주는 게 유권자들에게 훨씬 매력적으로 비칠 것이다. 특히 아이를 둔 여성 유권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고 장담할 수 있다. 이미 진주 지수초등학교 엄마들이 유상급식에 항의해 솥단지 시위를 벌인 데서 입증된 것 아니겠는가.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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