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4 02 천장 높이와 창의성] 천장 높이가 아이의 창의성을 키운다

이런 사실 건축주에게 말하면 거의 안먹힌다.
몰라서도 아니고 자료가 없어서도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창의성' 보다
눈에 잘 보이는 '돈'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식의 '미래' 보다
지금 당장 들어올 '임대료'가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식이 남의 자식이면
이 사실은 더욱 더 철저히 무시된다.


천장 높이가 아이의 창의성을 키운다?

입력 : 2015.03.30 20:00|수정 : 2015.04.01 22:24

천장 높이가 아이를 창의적으로 만든다?
학교 성적이 비슷한 아이 12명을 모았습니다.
6명씩 두 그룹으로 나눠
A그룹은 천장이 낮은 2층 다락방에서
B그룹은 천장이 높은 1층 거실에서 문제를 풀게 했습니다.
그 결과 창의력을 요구하는 문제에 대해선 천장이 높은 곳에서 문제를 푼
아이들이 8점 정도 점수가 높았습니다.

집중력 문제에 대해선 천장이 낮은 곳에서 문제를 푼 아이들의 점수가 약간 더 높았습니다.
이 실험은 미국 미네소타 대학 경영학과 존 마이어스-레비교수의 실험을 응용한 겁니다.
마이어스-레비교수 연구팀은 실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천장의 높이가 인간의 사고·감정·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천장의 높이가 높아지면 넓게 그 공간을 해석하고 창의력을 요구하는 일에 더 적합하게 자신을 만들어 갑니다. 낮은 천장에선 구체적 시각을 가지고 집중해야 하는 일들에 적합하게 자신을 만들어 갑니다.” (김경일 /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미국 솔크 연구소에서 완전히 다른 두 개의 공간에서 자란 쥐들의 뇌를 연구한 
결과도 흥미롭습니다.
더 다양한 환경에서 성장한 쥐들은 뉴런의 수가 15% 정도 늘어나 있었습니다.
아이의 뇌 발달을 위해선 어떤 환경이 좋을까요?
일본의 후지 유치원이 좋은 사례입니다. 타원형 구조인 이 곳은 잔디밭을 빙 둘러 교실을 
배치했습니다. 교실도 안과 밖이 서로 잘 보이도록 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계절과 환경의 
변화를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교실 위를 덮고 있는 나무지붕을 아이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지붕 위를 달리고 또 다립니다.

건축가가 달리라고 말하면 안돼요. 말을 하지 않아도 달리고 싶어져야 해요
보세요. 이 녀석들을. 왜 달리는지도 모르면서 달리고 있잖아요
이런 느낌이 중요해요.” 
 (데즈카 다카하루-데즈카 유이 / 건축가 부부)

좋은 공간은 아이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창의성을 길러줍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공간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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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30cm 높을 수록 창의력도 2UP

창의적 생각은 고양이 낮잠처럼 온다.

아이디어 샘솟는 공간은 엉뚱한 곳이었네 /
지지부진하던 소아마비 백신 개발 /
성당 천장 바라보다 불현듯 떠올라
구글-MS 회사내 '빈둥대는 곳'마련 /
직원들 상상력 자극 ... 생산성 높여
1950년대 미국의 면역학자 조너스 솔크 박사는 소아마비 백신 개발에 인생을 걸었다
몇 년간 연구에 매달렸지만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기분 전환을 위해 
그는 이탈리아에 갔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그는 어느날 13세기에 지어진 성당을 방문했다
성당의 높은 천장을 바라보다 불현듯 포르말린을 통해 소아마비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즉시 귀국한 그는 이 아이디어를 
활용해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솔크 박사는 연구실에서 풀지 못한 문제를 성당에서 해결한 이유가 성당의 천장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과연 그의 생각대로 천장의 높이와 창의성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까.
놀랍게도 수십 년 후 그의 믿음은 사실로 밝혀졌다. 건축물의 구조가 인간의 창의성
집중력, 인지능력 등에 큰 영향을 준다는 실증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높은 천장을 지닌 솔크연구소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덕에 솔크 박사는 미국 샌디에이고에 자신의 이름을 딴 연구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는 당대 최고의 건축가인 예일대 건축학과의 루이스 칸 교수에게 
건물 디자인을 의뢰했다.

이때 솔크 박사는 칸 교수에게 모든 연구실의 천장 높이를 3m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이 수년간 씨름하던 백신아이디어가 연구실이 아닌 13세기 고성당에서 나온 건 
높은 천장과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곁들었다.

세계 각국 실내 공간의 천장 높이는 대부분 2m40 정도다. 좀 높더라도 2m70에 불과하다
솔크박사의 부탁은 당시 건축계의 관행으로 보면 매우 이례적이지만 칸 교수는 이를 
흔쾌히 수용했다.
1965년 설립된 솔크연구소는 생명과학과 생명공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곳이다
현재 700여 명의 연구원과 300여 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규모가 그리 큰 연구소는 
아니지만 솔크연구소가 이뤄낸 성과는 놀랍다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만 5명을 배출했고, 이곳을 거쳐 간 노벨상 수상자도 수십명이다.
솔크 박사뿐 아니라 이 연구소의 다른 과학자들도 높은 천장이 창의성을 자극한다는 데 
동의한다. 하버드대나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있을 때보다 이 연구소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온다고 말하는 연구자가 많았다.
하지만 과학적 실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많은 사람은 솔크연구소 사람들의 이런 생각을 '그들만의 미신(urban myth)'이라 불럿다.


천장이 높을수록 창의력 향상

2008년 솔크연구소 사람들의 생각이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다
미국 미네소타대의 조앤 마이어스-레비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20088'소비자 행동 
저널(Journal of Consumer Behavior)'에 천장의 높이와 인간의 창의성이 어떤 상관관계를
 지니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이 천장이 각각 2m40, 2m70, 3m인 방 안에 넣고 똑같은 문제를 
풀게 했다. 그 결과 3m 천장의 방에서 두 개의 서로 다른 개념을 연결하는 문제를 푼 
참가자들은 다른 피험자보다 2배 이상 더 잘 풀었다. 특히 천장이 가장 낮은 2m40의 
방에서는 참가자들이 이 문제를 거의 풀지 못했다.



영국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도 그의 저서 '59'에서 '점화(ignition)'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자극하려면 불을 점화하듯 창조성을 자극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

와이즈먼 교수는 고민거리가 있다면 완전히 다른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게 오히려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때가 많다고 주장했다. 즉 미술관에서 현대 미술품을 보거나, 잡지나 신문을 뒤적이거나, 무심히 인터넷 검색을 시도하는 등의 행동이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데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드(MS) 등은 회사내에 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공간에 편히 기댈 수 있는 의자, 아무 생각 없이 보면서 웃을 수 있는 잡지와 책, 넓은 유리창, 뇌를 각성시키는 커피나 홍차도 둔다.
창의성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처럼 직원들이 빈둥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으면 생산성이 훨씬 높아진다고 강조한다.

창의적 아이디어란 고양이의 낮잠처럼 무심히 찾아오기 때문이다.


-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